19화 필리핀 현지식에 대해서

2026. 5. 28. 10:00세부여행

 

필리핀 여행이나 미식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매력적인 전통 음식들이 있습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시시그(Sisig)', 세부의 독특한 길거리 식문화인 '뚜슬롭 부와(Tuslob Buwa)', 그리고 이 모든 음식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주먹밥 '뿌소(Puso)'가 그 주인공입니다. 화려한 레스토랑보다는 활기찬 현지 야시장과 골목길의 정취가 그대로 녹아있는 이 세 가지 음식에 대해 깊이 있게 소개해 드릴게요.

1. 필리핀의 소울 푸드, 시시그 (Sisig)

돼지부속요리 '시시그'

 

필리핀 음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에게 가장 추천하기 좋은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시시그입니다. 시시그는 필리핀 팜팡가(Pampanga) 지역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원래는 시큼한 음식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필리핀의 대표 고기 요리가 되었습니다.

시시그는 돼지 머릿고기, 귀, 볼살, 그리고 닭 간 등을 잘게 다져서 만듭니다. 고기를 먼저 삶아 잡내를 없앤 뒤, 숯불에 바삭하게 굽고, 이를 다시 양파, 청양고추(실링 라부요)와 함께 철판에 볶아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마지막에 뜨거운 철판(Sizzling Plate) 위에 올려져 나오는데, 서빙될 때 지글지글거리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오감을 자극합니다. 현지에서는 여기에 날계란 하나를 톡 깨뜨려 섞어 먹거나, 필리핀식 작은 라임인 '깔라마시' 즙을 짜서 상큼함을 더해 먹습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에 매콤, 짭조름, 새콤한 맛이 한데 어우러져 밥반찬으로도 훌륭하지만, 시원한 필리핀 맥주 '산미구엘'과 함께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최고의 안주입니다.

2. 세부의 특별식 뚜슬롭 부와 (Tuslob Buwa)

돼지뇌 요리 '뚜슬롭 부와'

 

'뚜슬롭 부와'는 필리핀 세부(Cebu) 지역, 특히 파실(Pasil)이라는 동네의 소박한 골목길에서 시작된 아주 독특한 스트리트 푸드입니다. 현지어로 '뚜슬롭(Tuslob)'은 '담그다', '부와(Buwa)'는 '거품'을 뜻하는데, 이름 그대로 '거품에 담가 먹는 음식'이라는 흥미로운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요리의 핵심 재료는 놀랍게도 '돼지 뇌(Pork Brain)'와 간, 그리고 다진 양파, 마늘, 새우젓(바고옹), 각종 양념입니다. 커다란 웍(Wok)에 이 재료들을 넣고 불을 세게 올리면, 돼지 뇌의 지방 성분 때문에 소스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미세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가득해집니다.

비주얼이나 재료만 보면 진입 장벽이 느껴질 수 있지만, 막상 맛을 보면 거부감이 싹 사라집니다. 크리미하고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하고 깊은 감칠맛이 나는데, 마치 서양의 퐁듀처럼 끓어오르는 거품 소스에 뒤이어 설명할 대나무잎밥(뿌소)을 푹 찍어서 손으로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친구나 가족들이 하나의 웍을 둘러싸고 앉아 함께 밥을 찍어 먹는 문화적 재미와 정이 가득 담긴 음식입니다.

3. 필리핀식 찹쌀밥 뿌소 (Puso)

대나무잎밥 '뿌소'

 

시시그와 뚜슬롭 부와를 먹을 때 테이블에 절대 빠지지 않는 식사 메이트가 바로 '뿌소'입니다. 흔히 '대나무잎밥'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코코넛 잎(Coconut Fronds)을 정교하게 엮어 만든 주머니에 쌀을 넣어 찐 밥입니다. 모양이 마치 사람의 심장(Heart)을 닮았다고 하여 필리핀어로 심장을 뜻하는 '뿌소'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길거리에 매달아 놓고 판다고 해서 영어로는 '행잉 라이스(Hanging Rice)'라고도 부릅니다.

만드는 방법도 흥미롭습니다. 생쌀을 코코넛 잎 주머니에 절반쯤 채운 뒤, 끓는 물에 넣어 삶아냅니다. 밥이 익으면서 부풀어 올라 주머니 내부를 꽉 채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압력이 가해져 일반 밥보다 훨씬 찰지고 단단한 식감을 가집니다.

무엇보다 코코넛 잎의 은은한 향이 밥에 배어들어 풍미가 좋고, 더운 필리핀 날씨 속에서도 쉽게 상하지 않아 과거 어부나 노동자들이 들고 다니던 천연 도시락 역할을 했습니다. 먹을 때는 칼로 잎 주머니를 반으로 슥 가른 뒤, 손으로 잡고 시시그를 얹어 먹거나 뚜슬롭 부와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됩니다. 손으로 먹는 필리핀의 전통 식문화 '카만(Kamayan)'을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감초 같은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