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필리핀, 7,641개의 섬이 만들어낸 하나의 기적

2026. 5. 30. 08:07세부여행

필리핀이라는 나라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숫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거대한 섬의 개수입니다. 흔히 "필리핀에는 섬이 몇 개나 있나요?"라고 물으면, 예전에는 7,107개라고 답하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최신 수문 조사 기술을 통해 숨겨진 섬들이 더 발견되면서 현재 공식적인 필리핀의 섬 개수는 7,641개로 정정되었습니다.

이 수많은 섬들은 단순히 바다 위에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문화적 특성에 따라 크게 세 개의 중심 축(루손, 비사야, 민다나오)으로 뚜렷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필리핀 국기에 그려진 세 개의 별이 바로 이 세 지역을 상징하는데요, 각 지역이 어떻게 분리되어 있고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자연스럽게 소개해 드릴게요.

 

필리핀지도 위쪽부터 루손 비사야 민다나오

 

필리핀 지도의 가장 위쪽, 북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루손' 제도입니다. 전체 섬들 중 가장 면적이 넓고 인구도 가장 많이 살고 있는 필리핀의 중심지입니다.

-특징: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Manila)가 이곳에 위치해 있어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합니다.

-지리적 매력: 웅장한 산맥과 넓은 평야가 공존합니다. 세계 8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바나우에의 '계단식 논'과 고산 지대의 시원한 도시 '바기오', 그리고 완벽한 원뿔 모양으로 유명한 '마욘 화산'이 모두 이 루손 지역에 속해 있습니다. 서쪽으로 길게 뻗은 청정 자연의 섬 팔라완(Palawan) 역시 행정구역상 루손 제도의 일부로 분류됩니다.

 

루손과 민다나오 사이, 즉 필리핀의 허리 부분에 해당하는 중부 지역이 바로 '비사야' 제도입니다. 커다란 하나의 통짜 섬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형 섬들이 보석처럼 흩어져 바다를 이루고 있는 형태가 특징입니다.

-특징: 필리핀에서 가장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해변들이 모여 있어 '휴양지의 천국'이라 불립니다. 행정 및 경제의 중심지는 세부(Cebu)입니다.

-지리적 매력: 세계적인 해변을 자랑하는 보라카이, 키세스 초콜릿을 닮은 언덕들이 끝없이 펼쳐진 보홀, 그리고 필리핀 역사의 시작점인 세부레이테 등이 모두 비사야에 속합니다. 섬과 섬 사이가 좁은 바다로 연결되어 있어 예로부터 해상 무역이 발달했으며,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종교적·역사적 흔적이 가장 짙게 남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필리핀 지도의 가장 아래쪽, 남부 지역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거대한 섬이 바로 '민다나오' 제도입니다. 루손에 이어 필리핀에서 두 번째로 큰 섬입니다.

-특징: 태풍의 경로에서 비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약속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농업과 자원이 풍부한 곳입니다. 중심 도시는 다바오(Davao)입니다.

-지리적 매력: 필리핀에서 가장 높은 산인 아포 산(Mt. Apo)이 우뚝 솟아 있으며, 전 세계 파인애플과 바나나 생산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거대한 농장지대가 펼쳐져 있습니다. 서핑의 성지로 떠오른 시아르가오(Siargao) 섬도 민다나오 영역에 속합니다. 특히 민다나오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이슬람 문화권의 영향과 원주민 부족들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어, 문화적 다양성이 매우 독특하고 다채로운 지역입니다.

 

필리핀은 이처럼 7,000개가 넘는 섬들이 세 개의 큰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 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국가 공식 언어는 '타갈로그어(필리피노)'와 '영어'이지만, 루손에서는 타갈로그를 쓰고, 비사야에서는 '세부아노(비사야어)'를 쓰며, 민다나오 역시 자신들만의 방언을 사용합니다. 지역마다 언어와 문화, 심지어 음식 취향까지 완전히 다를 정도죠.

지리적으로는 바다에 의해 수천 개로 쪼개져 있지만, 이들은 '필리피노'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공유하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이 수많은 섬과 다양성이야말로 필리핀을 여행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나라에 온 듯한 신선한 매력을 주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