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2. 08:00ㆍ세부여행
필리핀에 오면 길거리에서 가장 자주 본 동물 중 하나가 바로 강아지였다. 관광지 근처든 현지 골목이든 어디를 가도 개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흔한 유기견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대부분이 ‘아스핀’이라고 불리는 필리핀 토종견이라는 걸 알게 됐다.
사실 한국에서는 해외 유명 견종들은 많이 알려져 있어도 필리핀 토종견 이야기는 거의 들어볼 일이 없다. 그런데 필리핀에서는 아스핀이 정말 흔하고, 현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아스핀은 특정 혈통으로 관리된 품종이라기보다는 필리핀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토종 믹스견에 가깝다고 한다. 그래서 생김새도 전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개는 귀가 쫑긋 서 있고, 어떤 개는 처져 있고, 털 색도 갈색, 검정색, 흰색 섞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보다 보면 딱 “필리핀 강아지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신기했던 건 아스핀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영리하다는 점이었다.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개들도 차를 잘 피하고, 사람들 움직임을 눈치 빠르게 본다. 현지 사람들 말로는 집 지키는 능력도 꽤 좋다고 한다. 실제로 주택가 근처 지나가다 보면 낯선 사람이 오면 바로 반응하는 개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스핀은 더운 필리핀 날씨에 굉장히 잘 적응한 느낌이었다.
짧은 털에 날렵한 체형이라 더운 환경에서도 비교적 활동성이 좋다. 한국처럼 털이 풍성한 견종들은 필리핀 날씨에서 힘들어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아스핀은 그냥 자연스럽게 현지 환경에 녹아 있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그냥 흔한 길거리 개라고만 생각했는데, 오래 보다 보니까 오히려 정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동네마다 사람들 옆에서 조용히 누워 있거나 가게 앞 지키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필리핀 분위기랑 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필리핀에서도 예전에는 아스핀보다 외국 유명 견종들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골든리트리버나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해외 견종들을 더 비싸고 좋은 개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스핀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실제로 동물 보호 단체나 현지 사람들 사이에서는 “필리핀 토종견도 충분히 매력 있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유기견 입양 캠페인 같은 곳에서도 아스핀을 많이 소개하는데, 생각보다 성격이 순하고 사람 잘 따르는 개들도 많다고 한다.
내가 기억나는 장면 중 하나는 세부 어느 작은 식당 앞에서 봤던 아스핀이었다.
사람들이 밥 먹는 동안 가게 앞에 조용히 누워 있었는데, 손님들이 나갈 때마다 꼬리 흔들면서 따라다니더라. 누가 특별히 관리하는 것 같진 않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챙겨주는 분위기였다.
한국에서는 보통 품종이나 혈통을 많이 따지는 편인데, 필리핀에서는 아스핀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개들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던 강아지들이었는데, 필리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길에서 아스핀 보이면 괜히 한 번 더 보게 된다.
화려한 견종은 아니지만, 필리핀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동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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